군용차가 다시 ‘디펜더’가 됐다 — 6만 2천 번 시험을 통과한 디펜더 울프 시리즈 II
70년 넘게 영국군의 발이 되어 온 차가 있다. 랜드로버, 그리고 ‘울프(Wolf)’라는 이름의 군용 디펜더다. 그 후계자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JLR은 2026년 9월 4일 공식 뉴스룸을 통해 디펜더 울프 시리즈 II(Defender Wolf Series II)를 공개했고, 9월 16일 영국 베드퍼드셔 밀브룩 시험장에서 열린 영국 육군 방산 차량 행사(DVD 2026)에서 실제 변형 모델들의 덮개를 벗겼다.
흥미로운 점은 이 차가 오프로드 마니아들이 아는 ‘사다리형 프레임’ 군용차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도로를 달리는 신형 디펜더와 같은 D7x 모노코크 차체 위에 만들어졌다. 한마디로 “요즘 디펜더를 군복으로 갈아입힌 차”에 가깝다.
세 가지 얼굴로 먼저 나왔다
JLR 발표에 따르면 DVD 2026에서 공개된 모델은 세 가지다. 전술 기동 차량(TMV), 단일 구성 전술 기동 차량(M‑TMV), 그리고 다목적 차량(UV)이다. 모두 영국 국방부의 경기동 차량(Light Mobility Vehicle) 입찰 요구 조건에 맞춰 사양을 정했다. JLR은 이 셋을 “앞으로 나올 여러 변형 가운데 첫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9월 4일 발표에서는 전술 기동 차량, 일반 기동 차량, 구급차, 다목적 차량 등 네 가지 변형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나의 플랫폼을 임무에 맞춰 바꿔 끼우는 방식이 이 차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숫자로 본 ‘튼튼함’
군용차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버티는 힘이다. JLR은 개발 과정에서 6만 2천 건이 넘는 엔지니어링 검증 시험을 거쳤고, 섀시와 차체 구조는 자사의 극한 상황 시험(Extreme Event Test) 절차를 견디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공식 자료에 적힌 D7x 차체의 비틀림 강성은 도당 29kNm으로, 전통적인 프레임 방식보다 세 배 단단하다는 설명이다.
시험 무대도 극단적이다. 영하 40도 아래의 북극 추위, 50도의 사막 더위, 해발 1만 피트(약 3,000m)의 콜로라도 로키산맥까지 수백만 킬로미터를 달렸다고 JLR은 소개했다. 영국 국방부의 독립 시험장에서 모든 장애물을 통과한 유일한 차량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주권 역량’이라는 키워드
이번 발표에서 반복되는 단어는 ‘소버린 캐퍼빌리티(sovereign capability)’, 즉 자국에서 설계·생산해 외부에 기대지 않는 능력이다. 울프 시리즈 II는 영국에서 설계·개발됐고, 엔진은 울버햄프턴에서 만든다. JLR은 이를 위해 디펜더 디펜스 디비전이라는 조직을 새로 꾸렸고, 영국 국방부 입찰과 별개로 나토(NATO) 회원국 국방 조직에도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입찰 결과, 도입 대수, 차량 가격은 공식 자료에 나와 있지 않다. 현재로서는 “후보로 나섰다”는 단계이며, 실제 채택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한국 독자에게 남는 한 줄
디펜더는 원래 농장과 군대에서 태어난 차다. 신형 디펜더가 ‘럭셔리 오프로더’로 자리 잡은 지금, 울프 시리즈 II는 그 차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지 시험하는 무대다. 도심에서 보던 그 차체가 전장의 요구를 버텨 낸다면, 민간 디펜더의 내구성 이야기도 한층 설득력을 얻게 된다.
※ 변형 모델 구성, 시험 횟수, 차체 강성, 개발·생산지 등은 JLR 미디어 뉴스룸 공식 보도자료(2026-09-04, 2026-09-16)를 기준으로 했다. 군용 차량으로 국내 판매 계획은 확인되지 않으며, 입찰 결과·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차 관리·용품이 궁금하면 오토픽스 | 자동차 용품 큐레이션에서 살펴보세요.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