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가 처음 만든 자동차가 1,111마력 — 씨어 엑소봇 세단·SUV가 던진 질문

석유의 나라가 전기차를 만들었다. 그것도 첫 차부터 1,000마력을 훌쩍 넘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자동차 브랜드 씨어(CEER)가 첫 플래그십 모델 엑소봇(EXOBOT) 세단과 SUV를 공개했다. 사우디 왕세자이자 국부펀드(PIF) 이사회 의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차를 소개했고, 씨어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제품 세부 정보를 내놓았다.

씨어는 PIF와 폭스콘이 함께 세운 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번 공개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숫자 자체보다, 자동차 산업이 거의 없던 나라가 첫 작품으로 ‘가장 어려운 차’를 골랐다는 점이다.

최고 사양 1,111마력, 시속 100km까지 2.1초

씨어 공식 자료에 따르면 엑소봇은 모터 세 개를 쓰는 사륜구동 전기차다. 최고 사양은 1,111마력, 최대토크 1,500Nm를 낸다. 세단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1초, SUV는 2.4초가 걸린다고 밝혔다. 최고 속도는 세단 250km/h, SUV 210km/h다.

먼저 나오는 ‘퍼스트 에디션’은 850마력·1,000Nm으로 조금 낮췄다. 112kWh 배터리와 800V 구조를 쓰며, 10%에서 80%까지 30분 안에 충전된다. 주행거리는 세단 최대 670km, SUV 최대 560km로 표기됐는데, 측정 기준이 한국 인증과 다를 수 있어 그대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사막에서 살아남는 차

엑소봇이 공들여 설명한 부분은 오히려 ‘열’이다. 씨어는 사우디의 혹서 환경에서 실내 온도를 65도에서 32도까지 10분 안에 떨어뜨린다고 밝혔다. 특수 필름과 삼중 은 코팅 유리로 햇빛 열을 막고, 앞뒤 독립 에어컨을 넣었다.

디자인에도 사우디의 이야기가 들어갔다. 앞모습의 조명 막대 32개는 사우디가 왕국으로 통일된 1932년을 뜻하고, 약 3m 길이의 날개형 도어는 매의 날갯짓에서 착안해 ‘샤힌 윙 도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길이 2.4m의 앞유리는 15도로 누워 있고, 실내에는 좌우 기둥을 잇는 48인치 곡면 디스플레이가 들어간다. 조향은 기계식 연결이 없는 스티어 바이 와이어 방식으로, 핸들을 끝에서 끝까지 돌리는 각도를 400도에서 160도로 줄였다.

세단 5.26m, SUV 5.02m의 대형차

크기도 만만치 않다. 세단은 길이 5.26m·너비 2.1m·높이 1.43m, SUV는 길이 5.02m·너비 2.1m·높이 1.69m다. 생산은 킹압둘라 경제도시의 씨어 공장에서 맡고, 2030년까지 중형·소형을 포함해 일곱 개 차종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2034년까지 부품 현지화율 45%를 목표로 잡았다.

한국 독자에게 남는 한 줄

엑소봇은 ‘처음 만든 차가 과연 잘 달릴까’라는 의심을 숫자로 먼저 눌러 보려는 차다. 하지만 자동차는 공개 무대보다 출고 뒤 몇 년이 더 중요하다. 품질과 서비스망이 실제로 받쳐 줄지, 사우디의 첫 자동차 실험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대다.

※ 출력·토크·가속·배터리·크기·냉방 성능 등은 씨어(CEER) 공식 홈페이지 발표 자료를 기준으로 했다. 가격과 국내 출시 여부·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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